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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일기.

전공의 일기. 3-3화

by ASLAN_URO 2020. 7. 18.

 오후에 수술방에 다녀왔다. 근치적 방광절제술 및 요루조설술을 시행했다. 방광암이 근육층으로의 침범이 확인된 경우나 혹은 침범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 방광을 절제하고, 소장을 이용하여 소변이 나오는 길을 형성하는 수술이었다. 비교의학과 영역에서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으며,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대략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제 1조수는 아니라, 2 조수로 참여했지만, 초고난이도의 수술을 수술필드에서 관찰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2020.07.16 17:30 오후 회진을 위해, 전회진(pre-rounding)을 시행했다.

 

 임종직전의 말기환자분이 처치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처치실은 상황이 위중한 환자들을 관찰하기 위한 장소로 의료진의 적극적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을 처치하기 위한 장소이다. 다른 환자들과의 면담을 마치고는 말기 환자가 옮겨간 병실로 이동했다. 여전히 수축기 혈압은 70정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통증완화를 위한 약물과 승압제가 지속주입되고 있었다. 다만 오전과 상황이 달라진 점은, 호흡이 가늘어지고, 호흡수가 30회에 이를 정도로 높이 상승해 있다는 점이었다. 병실에는 환자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서 인지 이곳에서의 작별을 아쉬워하기 위해서인지 많은 가족들이 내원해 있었다. 

 

 "많이 힘드시죠?"

 "아휴, 선생님을 올 때 마다 가슴이 내려앉는 소리만 하니 얼굴보기도 무서워요."

 

 환자의 배우자가 자신의 안타까운 마음을 내게 투사했다.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환자 분이 잘 버텨주시기는 했지만, 이제는 정말 작별인사를 드리는게 좋겠습니다. 호흡수가 점점 늘어가고, 호흡의 깊이가 얕아지고 있어요. 임종 직전의 징후입니다."

 

 때마침 환자의 좌측 상완부에 감겨있던 혈압계가, 입장권 확인이라도 하듯, 환자의 상완부를 감아죄었다. 혈압계 커프의 공기가 차오르고, 빠지는 과정을 가족들과 말 없이 지켜보았다. 

 

 "40이야!. 아빠!"

 "여보!"

 

 환자의 아들과 배우자가 다급하게 외치며 환자에게 다가왔다. 혈압계는 매정하게 환자의 혈압이 40/20 이라고 알려왔고, 환자의 숨은 점점 더 불규칙 해졌다. 눈은 뜨고 있으나, 보이는 대부분은 흰자위였고, 이미 통증 상태를 초월했는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작별인사를 하십시오."

 

 나는 가족들에게 이별의 시간을 주고자, 병실을 나섰다. 

 

 얼마 뒤 병실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환자 분 플랫(flat) 이에요."

 "네. 곧 가겠습니다."

 

 다른 환자와의 면담을 서둘러 종료한 뒤 병실로 향했다.플랫이란 환자의 심장 수축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돌아가신 것이다. 병실에는 교수님께서 먼저 도착하신 상태로, 사망선고를 하고 계셨다.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나는 무겁게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병실을 나섰다. 

 

 사람이 태어났을 때와는 다른 요란함이다. 모두를 슬픔에 젖게 만들고, 공기는 무겁게 만든다. 누구나 이별을 하지만, 암을 진단 받고, 질병이 진행되는 오랜시간 준비를 해 왔다고해도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면 준비는 무색해진다. 

 

 회진이 끝나고 다시 망자가 있는 병실을 찾았다. 가족들을 위로하고, 고개를 깊이 숙여 예를 갖췄다.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인생을 먼저 살다가신 선배로서, 자신의 질병을 믿고 맡겨주신데 대한 감사로서 그리고 질병으로부터 환자를 지켜내지 못한 반성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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