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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일기.

전공의 일기. 2화

by ASLAN_URO 2020. 7. 18.

 오전 5시 30분 집을나섰다. 늘 그랬듯 '압박-프리' 인 출근 시간을 지나 병원에 도착했다.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미 전공의실에는 동기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있는 동기의 모습에 혹시 내가 잊고 있던 중요한 일이 있는지 동기에게 물었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되었던 컨퍼런스가 있는 날이었다. 1주에 3회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매 주 토픽을 정해 논문을 리뷰하고 토론을 한다. 물론 모든 교수님들이 함께 참여한다. 오늘의 주제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있는 전립선 비대증에 관한 내용으로, 전립선 비대증이 방광의 허혈성 손상을 발생시키고 이로인해 장기적으로 방광기능 소실 및 배뇨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컨퍼런스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 역시 마음이 급해졌다. 7시 15분에 시작하는 컨퍼런스는 대략 1시간 남짓 남은 상태였고, 그 말은 어젯밤에 환자들의 상태 변화를 체크하고 회진 준비를 하기까지의 시간이 촉박하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환자 명부를 뽑아들고 이것저것 환자의 상태를 파악했다. 어제 경요도 방광종양 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의 소변색을 체크해야했고, 전립선 암의 진행으로 말기 판정을 받은 환자의 활력징후와 약물 조절을 해야했으며 로봇보조 복강경적 전립선 적출술의 시행한 환자의 수술부위 배액관 상태를 체크해야 했다. 시간이 부족했다. 회진을 제대로 챙길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등줄기에선 땀이 났다. 항상 쫓기면 내 능력 이상을 발휘 할 수 있는 법. 차트 리뷰를 끝내고 병실로 이동해 환자들과 면담을 마치고 컨퍼런스가 열리는 회의실로 향했다. 

 

이미 와 계신 교수님들도 계셨고 자리는 반쯤 채워진 상태였다. 동기가 연단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체크하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되었고 과장님의 진행 명령이 떨어졌다. 동기가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제가 오늘 발표할 내용은 detrusor overactivity와 Bladder outlet obstruction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논문입니다"

"발표 자료는 영문으로 만들도록 해. 외국 전임의도 있는데.. 발표 자료가 이게 뭔가?" 

 

교수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자리에 앉아 지켜보던 나 역시 움찔했다. 시작부터 고난의 길이 열렸다. 동기의 건투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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