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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일기.

전공의 일기. 1화

by ASLAN_URO 2020. 7. 18.

 새벽내내 더웠는지 개운치 않게 눈을 떴다. 내 옆에서 나란히 잠을 청하는 아내와 아이 둘 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밤사이 신나게 뛰어노는 꿈을 꾸었는지, 큰 아이는 머리가 내 발을 향해있었다.

 

 여느때와 같은 나의 아침은 주말과 상관없이 시작됐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지하 3층 주차장 기둥 사이에 세워진 까만색 세단에 올라탔다. 오늘은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게 좋을 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월급쟁이 부자들'을 선택했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지하주차장을 나선다. 나의 출근시간은 5시 30분. 간혹 회식을 한다거나, 주말이라면 30분 더 잠을 청하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한다.

 

 병원까지는 약 30분 남짓.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출 퇴근 시간이 소중하다. 병원에서는 의사로, 집에서는 남편이자 아빠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압박 때문일까? 커피를 마시며 팟캐스트를 듣는 '압박-프리'인 이 시간이 더 없이 소중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어김없이 환자 명부를 살피며, 밤새 일어난 일들은 살핀다. '이 환자는 오늘 혈액검사 결과를 체크해야 하고, 이 환자는 오늘 퇴원이니 서류작성에 밀린 기록들 정리해야 하고, 이 환자는 오늘 오전에 검사가 있네.' 언제나 결론은 같다.

 

'언제 다하냐...'

 

 할 일을 확인하고 순서를 정하고 나면,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LTE의 노예. 내가 쉬는 모습을 보기 싫었는지 아랫년차 선생님의 호출이다.

 

 "선생님 오늘 Cystography 환자 세분하고, 오전에 Cystoscopic foley insertion 해주실 분이 한 분 계세요. 언제로 어레인지하면 될까요?"

 "주말인데 많네요. 바로 해주세요. 지금 가능합니다."

 "네, 어레인지 되는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Cystography는 방광 조영술이라는 검사로, 전립선 암 환자들이 전립선 적출술을 시행하거나, 방광암 환자가 신생방광 조설술이라는 수술을 받은 뒤 방광과 요도의 접합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검사이다. 방광에 방사선이 투과되지 않는 조영제를 주입하고, 방광과 요도, 혹은 방광 봉합을 시행한 부분에서 조영제가 새어나가지 않는지 확인하게 되는데 시간은 10분정도 소요되고, 환자에게 특별히 통증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검사이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Cystoscopy는 방광 내시경이라는 술기로, 약 30cm 정도 되는 카메라를 요도 입구로 삽입 후 요도와 방광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의 이상유무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방광 내시경 검사는 카메라가 휘어지지 않기 때문에 검사 시 요도의 굴곡부위에서는 기울기를 적절히 조절해야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요도가 좁거나 전립선이 심하게 비대한 경우, 방광목이라고 불리는 방광입구의 기울기가 급할 경우 검사가 실패하거나, 환자의 하부요로계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매우 아픈 검사이다. 다만 원인 미상의 혈뇨등이 있는 상태에서 CT 소견으로는 명확하게 혈뇨나 배뇨장애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효과적인 검사가 된다.

 

 "선생님 인턴 000 입니다. 환자분 입실 하셨습니다."

 "네, 내려가겠습니다."

 

 주말에는 검사들이 수술장에서 이루어진다. 탈의실을 지나서 수술모와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수술장을 향했다.   

   

 수술장은 상당히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다. 병원이 크다보니 여러개의 로젯으로 구분이되고, 각 로젯에는 여러개의 수술방이 위치해있다. 여러개의 방들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발끝으로 수술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일하고 있는 불쌍한 '우리'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컴퓨터 앞에 앉아 환자의 차트를 다시한번 확인하고, 검사 처방을 낸다. 그리고는 환자에게 오늘 시행할 검사의 종류, 경과를 설명하고는 검사에 들어간다.

 

 "오늘 소변줄을 제거 하셔도 되겠어요. 잘 아물었습니다." 

 "오늘 빼도 괜찮을까요? 불안해서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견이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의사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절차에 따라 환자의 회복을 체크한 뒤, 일상으로 복귀시키려고 한다. 환자는 조금 더 늦은 시기에 조금 더 완벽하게 회복을 해서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는 언제나 의견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이 논쟁에서는 의학지식과 경험의 비대칭으로, 의사의 소견이 조금 더 우위를 차지한다. 이 부분에서는 의사의 의견을 들어주시길 바란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의사가 판단의 오류를 하게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의사가 괜찮다고 말 할 때에는 상당히 큰 심리적 부담을 안고서 다음 절차를 제안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주시라. 나 역시 매번 말하기 전과 후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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