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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일기.

전공의 일기. 3-2화

by ASLAN_URO 2020. 7. 18.

오전 회진이 끝나고 수술방으로 향했다. 예정에는 없던 스케쥴이었지만, 원래 이 수술에 참여하기로 했던 동료 선생님의 회진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술실로 가야했다. 이 수술은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 및 방광결석 제거술로 전립선 비대증이 진행되면서 소변을 잘 못보는 상황이 지속됐고, 이러한 상황이 장시간동안 해결되지 않자 방광내에 요산 및 기타 부유물에 의한 결석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석만 제거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요로폐쇄를 해결해야, 방광내 잔뇨가 줄어들고 또 다시 결석이 생기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것이다. 이러한 수술이 바로,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다. 요즘에는 홀뮴이라는 레이져를 이용한 전립선 절제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고식적 치료방법으로 전기 소작기를 이용한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 역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란 요도를 통해 내시경 기구를 집어넣고, 전기 소작기를 이용하여 전립선 요도를 깎아내는 수술방법으로, 전립선 전체를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회복도 빠르고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수술실에 입실하여 환자의 기록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동의서의 내용을 체크한다. 마취과 선생님, 수술장 간호사 선생님들과 다시한번 환자를 확인하고, 오늘 수술에 걸릴 시간, 환자가 갖고 있는 중요 문제들을 공유한다음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수술장에서 전공의의 역할은 제1조수로서 수술과 관련된 준비를 시행하는 것이다. 수술 부위를 적절히 소독하고, 멸균 방수포를 이용해 필요 외 부분은 가린다. 이후 수술에 필요한 내시경 기구를 조립하고 수술에 앞서 요도 및 전립선, 방광상태를 확인하면 제1조수로서의 역할은 얼추 마무리가 된다. 

 

불현듯, 병동의 말기환자 상태가 궁금해졌다. 오전 회진을 마치고, 환자의 통증을 덜기위해 진통제 용량을 늘렸다. 진통제는 환자의 통증을 경감시키지만, 호흡을 억제하고 심박을 느리게 할 수 있어 사용 시 주의해야 한다. 

 

 ' 아직 병동에서 연락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현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겠구나.' 

 

 수술에 집중하기 위해 생각을 잠시 미뤘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병실로 가 볼 요량이었다. 

수술실에서 나와 서둘러 가운을 둘러입고 병실 컴퓨터에 앉았다. 아직 호흡은 유지되나, 점점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있었고, 진통제를 증량했음에도 통증은 악화되는 양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열까지 나고있으니,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전공의 생활을 시작하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매번 환자와의 사별앞에서는 가슴이 먹먹하다. 환자의 차트를 가만히 리뷰하다보면, 이 병을 진단 받았을 당시의 환자 감정은 어땠을 지 상상을 하게 된다. 조직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기까지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버텼지만, 그 결과가 암으로 확진되었을 때, 환자의 상실감은 얼마나 컸을지...... 또 치료를 시작했지만, 치료제에 반응이 없고 병이 진행되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을 때는 어땠을지...... 점차 말을 듣지 않는 양쪽 하지를 보며, 남은 가족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을지...... 

 

 통증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하고, 가뿐 숨을 몰아쉬는 환자들은 보면서 의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면 환자, 그리고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된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맞는것인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더 고민스럽다. 동료들은 매번 이런상황을 겪다보니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했다. 나는 이 부분이 우려스럽다. '죽음 앞에 단단해 지는 것' 의사로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고 감정이입을 하지 않아야 내가 다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동료의사의 의견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지 않고 싶다. 환자가 생전에 무슨 업적을 남겼는지, 어떤 직위에 있었던 대단한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여기에서 태어나 모를 곳으로 가는 같은 인간으로서 예우하고 싶다. 

 

 이제 이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것을 나는 알고있다. 이제 편히 보내드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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