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공의 일기.16

전공의 일기. 5-16화 노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일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수술방에 갇혀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기에 중절모 할아버지를 찾을 여유가 없었다. 할아버지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은 늦은 퇴근을 하려던 참이었다. "내일 그 할아버지 퇴원하신다. 수술을 안하시겠다고 하시는데 설득을 해도 방법이 없네. 너한테 얘기해 줘야할 것 같아서" "내일 퇴원하신다고? 왜 수술은 안받으시겠다는데?" "몰라. 이대로 수술 안받으시면 1년안에 사망하실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도무지 설득이 안된다. 니가 가서 얘기해볼래?" "음...... 왜그러셨을까..... 그러실 분이 아닌데......내 말이라면 듣는 척이라도 해주실 것 같긴 해. 내가 가서 말씀 드려볼께" 중절모 할아버지를 담당하고 있던 동기와의 대화 후, 할아버지를 찾.. 2020. 10. 2.
전공의 일기. 5-13화 Hematuria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오전 회진을 마무리하고 중절모 할아버지의 병실을 찾았다. 어제와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환자의 미소를 보니, 마음이 놓이는 듯 했다. 어제 수술실에서는 종양 절제부위에서 출혈이 지속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작술을 한참이나 시행했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환자의 소변색을 확인했다. 소변줄을 통해 투명한 소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 주무셨어요?" "이선생 왔어? 아주 좋아. 밥도 맛있어. 오전에 교수님 오셨다 가셨는데 괜찮다고 기다려보라고 하시더라고. 얘기 듣고 나니까 마음이 놓여. 와줘서 고마워." "그래요? 소변색도 좋고, 오늘 아침 혈액검사 결과도 좋더라구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조직검사 결과는 확인을 해야겠지? 언제쯤 나오는겨? 내일.. 2020. 9. 23.
전공의 일기. 5-8화 재회 짙은 공포와 통증, 긴장으로 가득했던 수술실에 평안이 찾아들었다. 시술이 무사히 끝나고 난 뒤, 수술 과정을 기록하는 기록지 작성을 위해, 방사선 차폐벽이 설치된 스테이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사이 인턴은 환자를 이송용 침대로 옮긴 뒤 회복실로 퇴실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턴 쌤, 지금 Urine color(소변색)은 어때요?" "선생님! clear 합니다." "좋습니다. 환자분은 회복실로 나가셨다가, 응급실로 가실예정이에요. 회복실 선생님께 안내부탁드립니다" "넵 알겠습니다." [드르르륵] 수술실의 자동문이 열리고, 이송 침대에 누운 환자가 수술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선생. 이제 다시는 보지말자고! 허허허" "네~ 저도 그렇습니다! 일단 응급실로 가셔서 오늘 밤새 소변색이 괜찮은지 확인하고 내일.. 2020. 9. 9.
전공의 일기. 5-4화. 실랑이. '혈종(hematoma)이 직경 6cm는 되겠다. 어머어마 한데...... 이건 foley(도뇨관)로는 도저히 뺄 수 가 없겠다. 아까 그만큼 drain(배액, 배출) 했는데 이정도 남아있는거면 내시경을 봐야겠다. active bleeding site(활동성 출혈)부위는 CT로는 안보이는데... 작은 혈관 손상인가? woozing bleeding인가? 일단 Scope(내시경)보는게 좋겠어' 환자의 CT를 확인하고, 그사이 검사가 완료된 혈색소 수치를 살펴봤다. Hb(혈색소)은 10.3 이전 검사 시 12 였던것을 감안하면, 출혈이 지속되어 빈혈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6cm에 이르는 거대한 혈종은 방광과 요도사이에서 소변의 배출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로인해 방광은 크게 팽만되어 있.. 2020.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