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종(hematoma)이 직경 6cm는 되겠다. 어머어마 한데...... 이건 foley(도뇨관)로는 도저히 뺄 수 가 없겠다. 아까 그만큼 drain(배액, 배출) 했는데 이정도 남아있는거면 내시경을 봐야겠다. active bleeding site(활동성 출혈)부위는 CT로는 안보이는데... 작은 혈관 손상인가? woozing bleeding인가? 일단 Scope(내시경)보는게 좋겠어'
환자의 CT를 확인하고, 그사이 검사가 완료된 혈색소 수치를 살펴봤다. Hb(혈색소)은 10.3 이전 검사 시 12 였던것을 감안하면, 출혈이 지속되어 빈혈상태로 진행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6cm에 이르는 거대한 혈종은 방광과 요도사이에서 소변의 배출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로인해 방광은 크게 팽만되어 있었다. 응급실에서의 처치로, 일부 혈종은 빼어낼 수 있었지만, 그로는 불충분했다. 시간이 지난면 혈종은 방광안에서 경화(더 단단해짐)될 것으로, 이 상황이 되면 내시경으로도 제거하지 못할 상태가되어 전신마취 후 전기소작기를 이용해 긁어내야 한다.
"선생님, 접니다. 응급실 환자 노티(notify)드리려 연락드렸어요. 등록번호 0000000 입니다. prostate cancer(전립선 암)로 RALP(로봇 보조 복강경적 전립선 적출술) 받은 환자분인데요. RTx.(radiation therapy, 방사선 치료) 이후 r/o radiation cystitis(방사선 방광염) 때문에 수차례 응급실 내원한 분입니다. Hb(혈색소) 감소 동반되어있고 현재도 활동선 출혈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hematoma(혈종)가 단단해서 foley irrifation(도뇨관 세척술)로는 제거가 안됩니다. CT 상 Hematoma 6cm 정도 되어보이고, bladder distension이 심해서 scope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디보자...... 야 이거 scope 봐야겠다. 수술자은 arrange 되어있어? "
"아니요. 선생님께 컨펌부터 받고 진행하려구요. 지금 바로 arrange(수술장 배정요청) 하겠습니다.
"응, 하기전에 나한테 연락하고"
"네 선생님"
응급실 담당이었던 나는, fellow(전임의)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환자의 상황을 설명하고, 방광내시경 검사에 대한 Confirm(확인)을 받았다. 아직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전문의의 supervising(감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수술실로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비뇨의학과 전공의 입니다. 지금 local(국소마취 수술)로 Cystoscope 하나 시행해도 될까요?"
"마취과 컨펌은 받으셨어요? 마취과 선생님이 된다고 하시면 진행하셔도 됩니다."
"네 마취과 연락하고 스케쥴 올리겠습니다."
수술실에서 검사 혹은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마취과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 마취과는 현재 병원의 수술장 가동을 관리하기 때문인데, 응급수술이 있을 경우, 우선순위에 따라 수술장을 배정받게 된다.
"선생님 비뇨의학과 전공의 입니다. local로 Cystoscope 하나 가능할까요?"
"네 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수술장 배정을 받은 뒤 응급실로 향했다. 환자에게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수술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환자는 침상에 누워 잠이 든 상태였다.
"환자분, 저에요. 주무세요?"
"아효 왔어? 어제 잠을 한숨 못잤더니 이제야 잠이 쏟아지네. 나 이제 안아퍼 괜찮아졌어!"
"아니요. 제가 보기엔 안괜찮으세요. 지금 방광에 피떡이 6cm 정도 크기로 형성이 되어있어서, 이건 수술실에 올라가서 빼야하는 상황이에요. 이대로 소변줄 빼고 퇴원하시게되면 오늘 저녁에 다시 오시게 될 거에요. 피수치도 낮아지고있고 하니까 수술장 올라가셔서 국소마취로 수술하실게요."
"나 괜찮어. 안할려. 그냥 이대로 잠만 더 자다가 갈께."
"안괜찮다니까요...... 방광에 소변도 가득 차 있는 상황이라, 잘못하면 방광 터져요. 수술하셔야 되요."
"이제 괜찮아 졌다니까? 안할래 무서워"
"아니요. 하셔야 됩니다. 상황이 안좋다니까요..."
환자는 현재 증상이 괜찮아지고 있으니, 수술을 받기 싫다는 입장이었고, 현 상태가 두려운 나는 수술을 하셔야 된다고 서로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결국 환자는 수술대에 눕기로 결정했고, 나는 이어서 수술 방법을 설명했다.
"수술장에 뵙겠습니다. 아프지 않도록 진통제 하나 드릴테니까요. 조금이따가 올라오셔요!"
"그려. 꼭 해야겠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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