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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일기.63

전공의 일기. 3-1화 오늘은 말기암 환자분이 임종과정에 들어선 상황을 마주했다. "언제쯤 가족들을 오라고 하면 될까요?"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이번 주를 넘기기 힘드실 것 같습니다. 오늘도 승압제를 사용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말기암 환자의 보호자와 면담을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인간의 생명을 감히 예측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거니와 나의 판단으로 인해 가족들이 입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부로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환자는 전립선 암이 발견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항 호르몬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온 몸의 뼈, 간, 척수, 뇌로의 전이가 급속하게 진행된 상황이었다. 전신상태를 고려하면, 항암치료를 시행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2020. 7. 18.
전공의 일기. 2화 오전 5시 30분 집을나섰다. 늘 그랬듯 '압박-프리' 인 출근 시간을 지나 병원에 도착했다.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미 전공의실에는 동기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있는 동기의 모습에 혹시 내가 잊고 있던 중요한 일이 있는지 동기에게 물었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되었던 컨퍼런스가 있는 날이었다. 1주에 3회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매 주 토픽을 정해 논문을 리뷰하고 토론을 한다. 물론 모든 교수님들이 함께 참여한다. 오늘의 주제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있는 전립선 비대증에 관한 내용으로, 전립선 비대증이 방광의 허혈성 손상을 발생시키고 이로인해 장기적으로 방광기능 소실 및 배뇨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내용이었다. .. 2020. 7. 18.
전공의 일기. 1화 새벽내내 더웠는지 개운치 않게 눈을 떴다. 내 옆에서 나란히 잠을 청하는 아내와 아이 둘 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밤사이 신나게 뛰어노는 꿈을 꾸었는지, 큰 아이는 머리가 내 발을 향해있었다. 여느때와 같은 나의 아침은 주말과 상관없이 시작됐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지하 3층 주차장 기둥 사이에 세워진 까만색 세단에 올라탔다. 오늘은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게 좋을 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월급쟁이 부자들'을 선택했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지하주차장을 나선다. 나의 출근시간은 5시 30분. 간혹 회식을 한다거나, 주말이라면 30분 더 잠을 청하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한다. 병원까지는 약 30분 남짓.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2020.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