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6) 썸네일형 리스트형 전공의 일기. 4-1화 강릉으로 파견을 갔을 때, 나는 환자를 잃었다. 만성 신장질환을 앓고 있었던 60대 남자였다. 양쪽 신장은 이미 그 기능을 대부분 소실했고, 투석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환자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한동안 병원을 찾지 않았었다. 환자가 다시 병원에 내원했을 때에는 기능을 소실한 신장 중, 우측 신장에서 악성종양이 의심되는 병변이 생겨난 때였고, 그 크기가 이미 15cm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신장의 세로길이가 14cm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종양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측 신장을 절제하기 위한 수술을 준비했다. 고혈압과 당뇨, 만성 신질환으로 환자의 혈액검사 결과는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수술 전 시행한 심장 초음파에서도 이상이발견되었는데 좌심실과 대동맥의 역.. 전공의 일기. 3-3화 오후에 수술방에 다녀왔다. 근치적 방광절제술 및 요루조설술을 시행했다. 방광암이 근육층으로의 침범이 확인된 경우나 혹은 침범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에 방광을 절제하고, 소장을 이용하여 소변이 나오는 길을 형성하는 수술이었다. 비교의학과 영역에서는 상당히 난이도가 높으며, 수술 후 합병증 발생이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수술이다. 이 수술은 대략 6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제 1조수는 아니라, 2 조수로 참여했지만, 초고난이도의 수술을 수술필드에서 관찰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2020.07.16 17:30 오후 회진을 위해, 전회진(pre-rounding)을 시행했다. 임종직전의 말기환자분이 처치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처치실은 상황이 위중한 환자들을 관찰하기 위한 장소로 의.. 전공의 일기. 3-2화 오전 회진이 끝나고 수술방으로 향했다. 예정에는 없던 스케쥴이었지만, 원래 이 수술에 참여하기로 했던 동료 선생님의 회진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술실로 가야했다. 이 수술은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 및 방광결석 제거술로 전립선 비대증이 진행되면서 소변을 잘 못보는 상황이 지속됐고, 이러한 상황이 장시간동안 해결되지 않자 방광내에 요산 및 기타 부유물에 의한 결석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석만 제거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요로폐쇄를 해결해야, 방광내 잔뇨가 줄어들고 또 다시 결석이 생기는 일을 방지할 수 있는것이다. 이러한 수술이 바로,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다. 요즘에는 홀뮴이라는 레이져를 이용한 전립선 절제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고식적 치료방법으로 전기 소작기를 이용한 .. 전공의 일기. 3-1화 오늘은 말기암 환자분이 임종과정에 들어선 상황을 마주했다. "언제쯤 가족들을 오라고 하면 될까요?"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이번 주를 넘기기 힘드실 것 같습니다. 오늘도 승압제를 사용하며 생명을 연장하고 계신 상황입니다." 말기암 환자의 보호자와 면담을 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인간의 생명을 감히 예측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거니와 나의 판단으로 인해 가족들이 입을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함부로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환자는 전립선 암이 발견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항 호르몬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온 몸의 뼈, 간, 척수, 뇌로의 전이가 급속하게 진행된 상황이었다. 전신상태를 고려하면, 항암치료를 시행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전공의 일기. 2화 오전 5시 30분 집을나섰다. 늘 그랬듯 '압박-프리' 인 출근 시간을 지나 병원에 도착했다.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이미 전공의실에는 동기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무언가를 바쁘게 하고있는 동기의 모습에 혹시 내가 잊고 있던 중요한 일이 있는지 동기에게 물었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되었던 컨퍼런스가 있는 날이었다. 1주에 3회 진행되는 컨퍼런스에서는 매 주 토픽을 정해 논문을 리뷰하고 토론을 한다. 물론 모든 교수님들이 함께 참여한다. 오늘의 주제는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고있는 전립선 비대증에 관한 내용으로, 전립선 비대증이 방광의 허혈성 손상을 발생시키고 이로인해 장기적으로 방광기능 소실 및 배뇨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내용이었다. .. 전공의 일기. 1화 새벽내내 더웠는지 개운치 않게 눈을 떴다. 내 옆에서 나란히 잠을 청하는 아내와 아이 둘 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하루를 시작한다. 밤사이 신나게 뛰어노는 꿈을 꾸었는지, 큰 아이는 머리가 내 발을 향해있었다. 여느때와 같은 나의 아침은 주말과 상관없이 시작됐다.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내 차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지하 3층 주차장 기둥 사이에 세워진 까만색 세단에 올라탔다. 오늘은 어떤 팟캐스트를 듣는게 좋을 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월급쟁이 부자들'을 선택했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팟캐스트를 들으며, 지하주차장을 나선다. 나의 출근시간은 5시 30분. 간혹 회식을 한다거나, 주말이라면 30분 더 잠을 청하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한다. 병원까지는 약 30분 남짓.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이전 1 ··· 18 19 20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