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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고흐가 왜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by ASLAN_URO 2020. 7. 18.

 

 

 

왜 고흐가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

얼마 전 흥미로운 제목에 이끌려 책 한권을 집어 들었다. 『왜 고흐가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무라카미 류라는 일본 작가의 작품으로 그가 생각하는 삶, 사랑,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짙은 색채와 농익은 어휘로 그려낸 책이다,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의 미치광이 같은 행동을 소설의 주인공에게 투영하여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과 격정적인 삶을 표현하려 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두기는 힘들다. 고흐 역시 뛰어난 색감을 가진 천재적인 작가이지만 자신의 귀를 자르지 않았다면 지금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흐는 왜 자신의 귀를 잘라야만 했고 그 이후 그가 얻게 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고흐의 해바라기, 귀 잘린 자화상, 까마귀가 나는 밀 밭 등의 명화를 언젠가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굵은 터치, 마치 꿈을 꾸는 듯 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작품들은 그의 작품세계 뿐 아니라 그의 정신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흐의 작품에는 자신의 현재 처지를 반영한 작품들이 많다. 예를 들면 “감자먹는 사람들”로 대표되는 가난의 반영이다. 또 아를의 비극이라 불리는 고흐 일생의 결정적 사건의 이면에는 고갱과의 문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작품인 “고갱의 의자, 고흐의 의자”가 있다. 어떠한 문제가 고흐의 귀를 가져간 것일까? 나는 지금부터 그의 일생과 그의 작품 그리고 그의 성격, 그의 인간관계를 통해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고흐의 삶, 그의 색

 

 

고흐는 정신병으로 인한 발작과 삶의 무기력함으로 인해 권총으로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과다한 출혈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고흐는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나 성실한 청년으로 그의 청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한 때 목회자의 길을 걷고 싶어 했으나 그의 광신도적인 성향과 격정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그것 역시 실패에 끝이 났다고 한다. 여러 자료들에서 공통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고흐의 청년시절 성격은 성실했으나 신비주의에 빠져 감정이 격정적으로 변하였으며, 그의 종교적 행동이 마치 미치광이처럼 보였다고 전하고 있다. 목회에 실패하면서부터 고흐는 본격적인 예술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고흐는 자신이 열광하던 종교에 반감을 갖게 되었고, 목회자인 아버지와의 충돌로 정신적인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이로 인해 고흐는 작은 말에도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 되어갔으며,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를 버림으로 양심의 가책을 평생 느끼게 된다. 이 시기의 고흐의 작품은 고흐 작품만의 독특한 색채를 담고 있지 못하였다. 고흐는 이 시기 자신의 색을 담지 못한 수천작의 습작을 남겼고, 충분치 못한 그의 영감과 예술혼을 위해 그는 예술인을 위한 예술촌을 꿈꾸며 고갱과 위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고갱과 고흐의 작품을 서로 대비시킨다면 둘의 관점은 흑과 백처럼 명확히 엇갈린다. <아를의 여인, 마담지누> 고흐 作과<아를의 카페> 고갱 作은 마담지누를 대상으로 그린 그림이지만 고흐는 책을 읽고 있는 마담지누를, 고갱은 저렴한 술과 술을 팔기위한 야릇한 미소를 띤 술집 여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갱이 그린 고흐는 늙고 초라하며 고흐가 즐겨 그리던 대상인 해바라기는 시들어 버린 채 표현되었다. 고흐와 고갱의 갈등은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의 사건으로 표출되게 된다. 고흐는 고갱과의 다툼 끝에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잘랐다. 이 후 그는 <귀가 잘린 자화상> 등을 낳게 했고 정신병으로 고통 받았으며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던 무렵 그의 작품은 고유한 색채를 담게 된다. 고흐의 일생을 조망해 보면 그가 밝아 보이지만 밝지 않은, 탁한 색감을 얻기 까지 많은 요소들이 관여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그의 작품에서 표현되고 있는 소재는 그의 과거를 반영한다. 꿈을 잃고 가난에 허덕이며 사랑을 져 버려야 했던 고흐의 과거는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투영된다. 때문에 고흐는 작품에서 자신의 옛 모습과 자신의 부모, 그리고 사랑했던 여인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고흐의 감정 상태는 그의 색감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 고흐가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와 <까마귀가 나는 밀 밭>등의 그림에서는 탁도 높은 색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 고갱과의 갈등은 자신의 귀를 자름으로서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차단하고 자신을 스스로 가두는 형태로 표출되었으며 이를 매개로 고흐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감정과 과거를 어우르는 자기 자신을 작품에 투영하게 된 것이다.

 

삶과 죽음의 외줄타기,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엇인가?

고흐는 귀를 자름으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자신을 자신의 세계에 가둠으로써 정신병에 걸리게 되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 『왜 고흐가 귀를 잘랐는지 아는가?』에서는 조종사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과 비행기를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조종사는 ‘만약에 바다에 내가 추락하게 되면 어쩌지?’라는 고민으로 고통을 받다가 고통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고통 속으로 뛰어들면 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즉 자신과 비행기를 바다에 추락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작가의 해석에 따라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를 반영한 것이지만 나 역시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는 자신의 불행이 외부에서 기인한 것이며 ‘외부와의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외부와의 단절은 결국 자신의 고립을 의미하고, 자신만의 세계와 현실을 넘나드는 감정과 정신 상태를 작품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본다. 고흐는 자신만의 세계, 현실로 대표되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길 원했고, 바람은 자살로 표현되었다.

고흐는 시대를 아우르는 색감과 독특한 작품세계로 후기 야수파 화가들에 영감을 전했고 현재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대표되고 있다. 그의 불행했던 과거와 불안한 심리상태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흐가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가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그의 죽음과 고통에서 비롯한 색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고흐를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도록 한 그의 과거와 성격 그리고 그에서 비롯한 인간관계는 고흐를 고통에 몰아넣었으나 결국은 예술聖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고 생각한다.

 

2023.03.10 - [념.] -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