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과 와인. (13) 썸네일형 리스트형 숨은 맛집, 흑진주 [강릉 맛집-중화요리] 강릉에 파견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병원 주변에 이렇다 할 음식점이 없다. 병원 정문을 나서 길을 건너면 편의점 몇 곳과 약국들이 전부이다. 그래서 슬프다. 병원 식당에서 제공하는 영양가 풍부한 음식도 삼일이면 지루해지는데, 잠깐 시간 내어 음식점에 가려고 하면, 족히 20분은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병원을 감싸안는 푸릇한 산들이 내뱉는 깨끗한 공기만으로는 도무지 배가 차지 않는다. 병원 밥 먹기 싫어 퇴근 후 옷을 갈아입고, 기숙사를 나섰다. 등산하듯 정문까지 열심히 걸어가 횡단보도에 섰다. 마주 보이는 편의점 건물을 스윽 살펴보고는 편의점 2층에 위치한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향했다. 이름이 참 묘하다. [흑진주] 몇 번 가보았던 곳이지만, 볼 때마다 이름 참 잘 지었다 하고 생각했다. 병원 사람.. 와인, 그냥 마시면 안될까? 나는 특별한 취미가 없었다. 학교에 다니던 시기에는 유도나 야구 같은 몸으로 하는 활동들을 즐겼지만,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시간도 없고, 몸은 힘들어 취미를 가져 볼 꿈 조차 꾸지 못했다. 취미라는 것이 관심이 있어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 이제는 나의 일상이 견뎌 내야 할 짐이 되었다.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정점을 모르고 늘어만 가는 체중, 딱히 일상의 무료함을 견뎌낼 방법을 찾지 못해, 늘어가는 담배. 점점 인생이 피폐해져 감을 느꼈다. '술은 잘 못하는데 퇴근해서 딱 한잔, 맛있는 와인이 먹고싶다.' 나는 술에는 잼병이다. 덩치는 커다랗고, 생긴 건 우락부락한데 이상하게 술에는 약하다. 말술로 마실 것 같이.. 막국수 대동면옥. [강릉 맛집 - 막국수] 수술 스케쥴이 기가 막혔다. 오전에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술 4개, 오후에 신요관 전적출술 1개, 국소마취 수술 3개. 오전 8시 수술방이 열리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야 소화해 낼 수 있는 스케쥴이었다. 오전 회진을 마치고나서 바로 수술실로 향했다. 이미 환자의 마취는 끝난 상태였다. 오늘중으로 소화해 내야 할 스케쥴이 이미 너무 많아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렸다. 체력안배 해가며, 오전 수술을 마치고 잠깐 점심식사시간 이었다. 지친 상태로, 꾸역꾸역 밥을 입으로 밀어넣던 중, 강릉 맛집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동면옥] 이라는 막국수 집으로, 주문진에 위치하고 있는 이 집은 그야말로 이름난 맛집으로,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국에서 찾아 올 정도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공허함을 달래려 찾은 신리면옥. [강릉 맛집-막국수] 강릉은 영감을 일으키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바다와 산이 적절히 어우러져, 빼어난 절경을 뽐낸다. 매 3개월마다 다시 찾는 강릉은 올 때마다 그대로인 듯 새롭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도시가 풍기는 아름다움이 마치 색동옷과 같이 다채롭게 변한다. 하지만, 이번 강릉 파견은 달랐다. 날은 화창하지만, 기분은 우울한. 그래서 더 우울한 날들이었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의사 단체행동이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의사로서의 책임감이 짊어져야할 짐이 되어 나를 압박해왔다. 삼일 내 새벽잠 쪼개어 가며 새로운 법안이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으로 보냈고, 공식적으로는 단체 행동을 이어나가면서, 남들에게 나를 드러내지 않는 새벽에 환자의 상태를 살피다 보니 탈진상태가 되었다. 점심 한 끼를 병원식당에서 먹기 .. 막국수 혈기 왕성하던 20대 초반, 먹어도 먹어도 배고팠던 때, 친구들과 빈 주머니 털어가며 맛집을 찾아다닌 적 있었다. 서로 하나씩 주변 맛집을 찾아 추천하면 여섯 명이 모여 우르르 몰려가 메뉴판을 눈으로 흘기며, 주머니 사정에 맞춰 최대한 푸짐한 음식을 주문했고, 적당히 근사한 음식들이 눈 앞에 펼쳐지면, 음식에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 모임의 가장 키가 큰 녀석이 군대를 갈 때 였다. 이미 모임의 몇은 국방부 시계나 주야장천 바라보며 전역날을 기다리는 군인 아저씨가 되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완전한 모임의 모양새를 갖추기는 힘들었지만, 가는 놈 배라도 불려서 보내자라는 마음으로 급하게 모이기로 했었다. "얌마 끌려가기 전에 뭐 먹고 싶냐?" "야, 다른 게 뭔 필요야. 편의점 가..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