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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

금연. [금연을 결심하고 담배 세 갑을 샀다. 2]

by ASLAN_URO 2020. 7. 26.

"아휴~ 뻐근해. 이선생님 잠깐 한 대 피고 오시겠습니까?"

"뭔 이선생님이야. 나가자"

 

대학 동기가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군대를 가서 인생을 배우겠다며 담배를 시작했다고 한다. 친구는 담배의 쓴 맛을 느끼며, 폐부로 퍼지는 뜨거운 기운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며 온갖 수사를 가져다 붙여 흡연을 아름답게 포장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와 연구실을 나와 건물 변두리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다녀간 듯, 주변에는 수많은 꽁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 대 필래? 요즘 새로나온 건데 멘솔이라 시원하고 좋더라고"

"줘봐"

 

이미 이전 회식 때 '뻥'을 친 상태였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전과는 다르게 입에 머금고 있다가 티 나지 않게 조금씩 뱉어냈다. 

 

'멘솔이라고? 후라보노 씹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조금 입안에 머금은 담배 연기를 들이마셔 보았다. 전처럼 기침은 나지 않았지만,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신기한 것은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야 이거 괜찮은데? 이거 뭐냐?"

"시가 보헴 쿠바나, 타르 조금 높은거라 걱정은 했는데. 깊은 맛이 나더라고. 크크 괜찮지?"

"괜찮네. 오늘 퇴근하고 뭐하냐?"

내가 물었다.

 

"오늘 이사하려고 하는데 니가 도와주면 정말 좋고. 밥 사줄게! 도와줄 거지?"

"괜히 물어봤네. 아오."

"이따가 퇴근하고 보자. 크크 짐 얼마 안 되니까 빨리 끝내고 탕수육에 소주나 한자?"

"이따가 봐"

 

부산이 고향인 친구는 연구실 근처에 원룸을 얻었다고 했다. 나 역시 집에서 출퇴근하려면 하루에 두 시간은 소요되는 거리에 있었기에 자취를 알아보고 있었다.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저 놈 집에서 좀 지내볼까? 출퇴근 힘들어 죽겠는데'

 

이삿짐을 나르다 말고 건물 계단에 앉아 다시 한 대 물어 들었다. 자연스러워짐을 느꼈다. 조금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친구와 나는 잠시 쉰다는 핑계로 연달아 세 개비씩을 피웠다.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짜릿함이랄까? 무언가에 취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서로의 미래를 격려하고, 걱정해주었고, 응원했다. 

 

친구 집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자취방을 구하기 전까지. 월세는 자기가 내는 대신 빨래랑 밥은 나보고 하란다. 황당했지만, 얼마 안 되는 연구원 월급에서 월세 빼면 남는 게 없기에 그러자고 했다. 있는 집 자식이 처음으로 부러웠다. 

 

"보헴 시가 쿠바나 6mg랑, 라이터 주세요."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담배를 샀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세 시간에서 네 시간 정도 지나면 이상한 불안감이 생기고, 담배를 피워야지만 해소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중독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