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수술 날입니다. 환자분께서 보호자분들께 설명을 해드리길 원하셔서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야 병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버지 수술은 잘되겠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 역시 환자분께서 무사히 수술을 받으시고 건강하게 퇴원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께서 도통 말씀을 안 하셔서 그러는데...... 지금 저희 아버지 상태가 정확히 어떤가요?"
"네? 환자분께서 말씀을 안하셨던가요?"
"아버지께서는 별거 아니라고, 걱정 말라고만 하셨지 지금 상태에 대해서는 말씀을 해 주신 게 없습니다. 저희도 답답했지만 서로 생계가 바쁘다 보니 신경을 쓰질 못했습니다."
"환자분께서는 아드님과의 여행을 다녀오고 현재 상태를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하시던데요? 환자분의 방광에 자리 잡고 있는 종괴는 육종(Sarcoma)입니다. 보통은 근육에서 생기는 악성 종양인데, 성장 속도가 빠르고, 주변으로의 전이가 쉬운 암이라 확인되는 즉시 처치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환자분께서 이전에 받으신 경요도 방광 종양 절제 수술에서 육종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지난번 퇴원하시기 전 수술이 필요함을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예? 그렇게 안 좋은 병인가요? 그냥 전에 전립선에 생겼던 암이 방광에 재발한 게 아니고요?"
"네? 분명히 성상이 다른 병입니다. 환자분께서는 자녀분들께 분명히 설명을 하셨다고 하시던데요......"
"아닙니다. 아마도 저희가 걱정을 할까 봐 일부러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 같네요......"
"보호자분, 현재 환자분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저 역시 환자분과 인연을 맺으며, 환자분이 쾌차하시길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만,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합니다. 지난번 퇴원하셨을 때부터 약 3개월이 지났고, 이번에 수술 전 검사에서는 간에서 새롭게 작은 결절들이 관찰되고 있어요. 간 전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는 간에서 보이는 결절의 크기가 작아 육종의 전이인지는 불분명하고,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만약 육종의 전이일 경우에는 원격전이. 그러니까 4기에 해당하게 됩니다. 말기에 해당하시는 거예요."
보호자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아버지의 방광에 자리 잡은 덩어리가 단지 전립선 암의 재발인 것으로 생각하고 병원에 온 보호자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환자분께서 오늘 받게 될 수술은 근치적 방광 적출술 및 요루 조설술입니다. 방광 전체를 제거하고, 소장을 이용해 소변이 나오는 길을 배 밖으로 내어줄 겁니다. 저희 비뇨의학과에서 시행하는 수술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난이도가 높은 수술 중 하나예요. 이 수술을 받으시면 최소 약 2주간의 입원기간이 필요하고,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면, 입원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장의 일부를 절제하기 때문에 장마비나 장괴사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고, 수술 후 혈전 등의 생성으로 심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요. 때문에 보호자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큰 수술이라고 하시긴 하셨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습니다. 수술은 몇 시간이나 걸리나요?"
"마취 전 준비과정부터, 수술 후 회복실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모두 더하면, 대략 6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지금은 수술장으로 내려가셨으니, 아마 30분 정도 뒤면 본격적인 수술이 시행될 겁니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어머니께는 말씀도 안 하시고, 저희에게만 알리셨어요. 혹시라도 아버지가 잘못되시면 저희 어머니 쓰러지실 겁니다. 제발 잘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보호자 분들도 환자분 회복과정에 대해 대비를 하셔야 합니다. 간병을 해주실 분이 반드시 필요하세요. 제가 지금까지 드린 말을 모두 이해하시겠어요?"
"네. 꼭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수님은 수술이 끝나고 오후에 경과를 설명해 주시러 오실 겁니다. 병실에 계시도록 하셔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마친 뒤 수술장으로 향했다.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가족들에게 숨긴 할아버지의 의도는 분명했지만, 질병을 본인만의 문제라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행동은 잘못되었다. 질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이 나누어야 할 짐이다. '부담을 주기 싫어서'라는 핑계는 오히려 가족이 짊어질 짐을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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