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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의학.

나는 비뇨의학과 의사입니다.

by ASLAN_URO 2020. 7. 25.

 

 정확히 말하자면 비뇨의학과 전공의 입니다. 과거에는 비뇨기과로 불리면서 남성 질환만을 다루는 과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많은 수의 선배들이 비보험, 미용 진료를 통한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하고, [강한 남성] 상을 강조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남성들이 미용 시술을 통해 자신감을 획득했으니, 그다지 나쁜 것 만은 아닙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감정과 관련된 질환을 치료하 듯, 자신감이 사라진 남성들에게 원하는 것을 안겨드렸으니까요. 그야말로 범인간적인 의술 아니겠습니까?

 

 외래 진료가 있는 날이나, 응급실에서 환자를 만나면, 가끔씩 나는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비뇨기과 의사가 왜 나를 진료하느냐고 되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비뇨기과 의사면 포경수술이나, 정관수술을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당신말고 의사 불러오라는 환자들에게 고합니다. 저는 비뇨의학과 의사입니다. 저희 비뇨의학과 의사는 정관 수술, 포경 수술처럼 당신 삶에 꼭 필요한 수술을 하기도 하고, 신장, 요관, 방광의 질환이나 전립선, 요도, 생식기, 후복막강의 모든 질환을 치료하는 과입니다.

 

 3년 전, 비뇨기과는 비뇨의학과로 개명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비뇨기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저는 아주 자랑스럽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비뇨기계에 모든 질환을 다루는 것이라는 것을, 보다 명확히 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만난 환자들은 절반이 여성이고, 대부분 비뇨기계 종양이나, 배뇨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분들이거나, 작은 병원에서는 수술을 할 수 없는 비뇨기계 양성질환 환자분들이었습니다. 비뇨의학과가 남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과라는 생각은 입사 후 하루만에 사라졌습니다. 찾아 볼 수 없었거든요.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있었습니다. 양쪽을 합쳐 20kg에 이르는 만성 신질환 환자의 신장을 적출하는 일도 있구요, 방광암 환자에게 소장으로 만든 방광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전립선 암 환자의 암덩이를 로봇으로 적출하기도 하고, 신장에 작게 생긴 암덩이를 제거하기도 합니다. 간혹 면역관련 질환인 후복막 섬유화증 환자의 요관을 절제하고, 소장을 이용해 새로운 요관을 만들기도 하구요, 요관에 생긴 암덩이를 제거합니다. 요실금에 대해 테이프 삽입술이나, 인공 괄약근을 넣어주는 일을 하기도 하지요.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기의 요도를 새로 만들어주거나, 숨은 음경을 찾아내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주기도하고, 서혜부로 올라간 고환을 잡아내려서 나중에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해요. 태어날 때 부터 부신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발생하는 선천성 부신 비대증 환아의 외음부를 교정해서, 완전한 공주가 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산통과 비견한다'하는 말이 있는데요, 요로결석으로 인한 통증을 두고 생긴 말 입니다. 이러한 통증을 유발하는 요로결석 환자의 결석을 내시경적으로 제거하기도 하고, 전립선 암이 의심되는 환자의 전립선 초음파 및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환자를 평가하고, 약물치료나 수술적 치료를 통해 배뇨의 통쾌함을 알려드리기도 하는 비뇨의학과는 정말 매력있는 분야입니다. 

 

 수술외에도 다양한 검사를 하고 있어요. 암의 진행으로 좁아진 요관을 다시 넓히기 위해 요관 스텐트를 삽입하기도하고, 방광이나 요도에 손상을 확인하기 위한 방광조영술이나, 요도 조영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시행하는 검사는 방광내시경 검사입니다.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처럼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고, 수면 마취도 하지 않습니다. 국소마취로 방광과 요도, 남성의 경우 전립선까지 눈으로 확인해서 CT나 초음파에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병변까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제가 입사했을 때 보다 비뇨의학과의 환자가 많이 늘었습니다. 고령화에 따라 발생되는 노인성 질환들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특히 남성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수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령의 여성인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골반 장기 탈출증도 자주 수술을 하곤 하는데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65세 이상이 전체의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 고령사회, 20% 이상 초고령사회라고 하는데요, 한국 생명공학회의 발표에 따르면 노인인구는 2013년 613만 명에서 2024년 984만 명 수준으로 60%이상 증가할 것 이라고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도 4년 뒤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환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한 해에 배출되는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수는 50명을 넘지 못합니다. 이유는 앞에서 설명 드린바와 같이 '남성만 가는 비뇨기과'로 인식되어 인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피, 안, 성, 정, 재, 영 외 기타잡과" 라는 말이 있는데,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줄여서 표현한 말입니다. 인기과지요. 고상하거나, 일이 비교적 덜 힘들거나, 혹은 힘이 들더라도 금전적 보상이 보장되는 분야들 입니다. 물론 전부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요.

 

 과거 '비뇨기과'는 기타 잡과 중에 잡과였어요. 고상하지도 않고, 힘들고, 남들 소변이나 보면서 사는 인생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저는 '수술하는 외과의사가 되고 싶은데, 집에도 가고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뇨의학과를 선택지에 넣어두었는데요. '소장 요관 대치술의 최신 지견'이라는 발표를 듣고는 '생각보다 매력적이겠는데?' 라고 덜컥 선택을 해버렸습니다.

 

 처음 몇 개월은 확신이 없었습니다. '집에는 갈 수 있는 외과 의사임은 분명하지만, 일이 힘들고 수련을 마쳤을 때 밥벌이는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거든요. 몇 년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너무나 달라졌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나만이 해 줄 수있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거든요. 더 좋은 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비뇨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로서 제가 경험한 일들을 공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일기]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요. 부족하지만 꾸준히 써 볼 요량입니다. 제 글을 통해 비뇨의학과 의사의 삶은 저렇구나, 비뇨의학과는 저런 일들을 하는구나라는 것을 알려드릴 수 있다면 만족입니다. 

 

이상 비뇨의학과 전공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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